AI 특허 침해 판단,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IP 뉴스 2026.06.24

생성형 AI는 이제 특허 침해 판단의 외형을 상당 부분 재현합니다. ChatGPT, 제미나이(Gemini), 클로드(Claude)와 같은 생성형 AI 모델에 가상의 사실관계를 입력하면, 기존 침해 이론과 판례의 판단 기준을 조합해 결론을 도출합니다. 겉으로는 ‘판단’이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과연 ‘법적 판단’으로 볼 수 있는지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합니다.


최근 특허 실무에서도 AI 활용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방대한 선행특허문헌의 검색과 분석, 청구항 분해 및 구성요소 대응 관계 설정과 같은 작업에서 AI는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킨다. 분석 도구로서의 AI는 이미 실무에 정착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하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도구와 판단 주체 사이의 경계입니다. 개인이 보조 수단으로 AI를 활용하는 경우와, AI가 생성한 침해 판단을 별도의 검증 없이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경우는 구별될 필요가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 판단 형성 구조와 책임 귀속에 대한 검토가 필수적입니다.


특허 침해 판단은 단순한 논리 연산으로 환원되기 어렵습니다. 청구범위 해석, 균등론 적용, 선행기술과의 차이 평가, 사실관계의 선택과 정리를 포함하는 복합적 과정입니다. 대법원이 균등론 판단에서 제시한 ‘과제 해결 원리의 동일성’과 ‘실질적 동일성’ 기준 역시, 문언 비교를 넘어서는 해석과 평가를 요구합니다. 이러한 판단 구조는 본질적으로 책임 있는 주체를 전제로 합니다.


이러한 문제는 AI 기반 분석이 서비스 형태로 제공되는 경우 더욱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특히 특허 동향 조사나 특허 맵과 같은 영역에서 이와 같은 분석이 이루어지는 경우 그 경계가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이들 업무는 본래 연구개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정보 분석 작업으로 이해되며, 실무상 변리사가 아닌 조사·분석 전문업체에 의해 수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다만, 보고서에 특정 기술의 적용 가능성과 함께 침해 가능성에 관한 평가가 포함되는 경우, 그 성격은 통상의 정보 제공 범위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제품 적용을 전제로 선행기술과 대비하는 순간, 실질적으로 침해 판단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지점에서 문제되는 것은 관련 법제와의 관계입니다. 변리사법은 변리사가 아닌 자의 특허에 관한 대리·감정 등 업무 수행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AI 기반 분석 결과가 제공되는 방식에 따라 무자격자의 변리사 업무 수행과 유사한 법적 쟁점이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이는 개별 서비스의 위법성을 단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행 제도하에서 검토가 요구되는 구조적 문제로 이해될 필요가 있습니다.


책임 귀속 역시 중요한 논점입니다. 해당 판단이 사업 의사결정에 활용된 이후 오류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의 귀속 주체가 명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AI는 책임 주체가 될 수 없으며,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사이에서도 책임 범위가 불명확하게 남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판단의 생성과 책임의 귀속이 분리되는 구조는 향후 분쟁의 잠재적 원인이 됩니다.


AI가 내린 침해 판단 오류로 인해 기업이 수십억 원의 손해배상을 하거나 제품 출시가 지연된다면, 그 AI 기반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책임을 질 것인가? 아니면 그 판단을 기초로 의사결정을 한 기업의 담당자가 책임을 질 것인가?


기술의 발전 속도가 제도를 앞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러나 법적 판단이 수반되는 영역에서는 속도보다 책임과 신뢰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이는 무자격 법률행위가 지속적으로 규제되어 온 이유와도 맥락을 같이합니다.


AI 활용 자체를 제한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 역할과 한계는 보다 명확히 설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AI는 분석을 보조하는 도구로서는 유용하지만, 법적 판단을 대체하는 주체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책임 구조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역할입니다. AI가 제공하는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할 것인지,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는 여전히 인간의 영역에 속한다. 이 기본 전제가 유지되지 않는다면, 기술의 발전은 편의가 아니라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출처 : AI 특허 침해 판단,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 법조광장 < 기고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법률신문